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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에 관한 생각 (#잡생각, #아이디어)

분명 하얀색인데 투명한 일시정지선

by bngmn22 2020. 6.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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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로교통법 제27조(보행자의 보호) 

① 모든 차 또는 노면전차의 운전자는 보행자(제13조의 2 제6항에 따라 자전거등에서 내려서 자전거등을 끌거나 들고 통행하는 자전거등의 운전자를 포함한다)가 횡단보도를 통행하고 있을 때에는 보행자의 횡단을 방해하거나 위험을 주지 아니하도록 그 횡단보도 앞(정지선이 설치되어 있는 곳에서는 그 정지선을 말한다)에서 일시 정지하여야 한다. 

 

출처: http://w3.incom79.com/bbs_data/study_data/drive/summary11.htm

 

 우리 나라에서 보행자 입장으로 횡단보도를 건너려고 하면 그 앞의 일시 정지선에 멈춰서는 차를 찾기 힘들다. 상기의 도로교통법에서는 분명 운전자는 횡단보도 앞에서 일시정지 해야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운전자 중 차도를 가로지르는 하얀색 선의 의미를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차가 먼저 지나가고 보행자는 더 이상 오는 차가 없을 때까지 기다린다. 법과는 반대로 보행자가 오히려 운전자를 보호하는 것일까? 

 

 나도 물론 예전에는 이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운전자 입장에서는 신호 받았을 때 빨리 가고싶겠지. 어차피 보행자들은 전부 멈춰 서서 차가 지나가기를 기다리고 있을 테고. 하지만 다른 나라를 여행할 때는 차가 지나가길 기다리는 내가 이상한 사람이 됐다. 대부분 나라에서 그랬다. 외국의 운전자들은 보행자가 보이면 먼저 지나가도록 해주었다. 젠틀한 손동작이나 활짝 웃는 미소는 덤으로. 그러면 나는 쭈뼛쭈뼛 가벼운 인사를 하며 빠른 걸음으로 그 상황에서 벗어났다. 웬 큰 가방을 멘 동양인이 머리를 숙여 인사를 하니 그 사람들도 신기해했겠지. 그것도 한두 번. 나도 점차 운전자에게 배려받는 것이 익숙해졌다. 그러다 귀국을 하고 횡단보도에 섰을 때의 그 괴리감이란. 

 귀국해서 얼마 안됐을 때는 차가 멈출 만한 충분한 거리라고 판단하면 개의치 않고 횡단보도를 건넜다. 이 두꺼운 하얀색 선 위에 서 있는 내가 더 유리하다는 사실이 든든한 보험이었다고 할까? 그러던 와중 내가 크게 다치면 다 무슨 소용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예전처럼 멀뚱멀뚱 왼쪽을 바라보며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서서 차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나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우리나라 운전자들이 일시 정지선에 딱 멈춰서 미소 지으며 먼저 가라는 신호를 보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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